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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책 리뷰

대리사회(김민섭) 우리는 모두 '대리 인간'입니다.

by Odd.Eyes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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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섭의 대리사회 - 대리기사일로 본 세상

 

대리사회
대리사회-김민섭

 

  책을 읽는 동안 슬펐다. 그리고 따듯했다.

대리사회는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너무 닮아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대리인생이다. 좋은 의미의 대리인생과 나쁜 의미의 대리 인생이 겹쳐지며 그 중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지방대 시간강사로 일하다 우리나라 대학계의 현주소를 마주치고 강단을 내려온다. 우리나라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주는 사회적 지위는 대단하다. 하지만 '시간강사'라는 다른 직업명이 발목을 잡는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대학교 시간 강사는 4대 보험에도 가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4대 보험은 직장에서 50%를 내고 내가 50%를 내는 5:5 방식이다. 직장인들은 4대 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이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지역가입자로 분류된 보험료를 엄청 내야 한다.

 

  대학교는 4대 보험을 가입해주지 않지만 알바로 시작한 맥도널드는 4대 보험을 가입해 주었다. 명절이 되면 선물도 주었다. 왜 주냐고 물으니 회사 방침이라고 한다.

 

  읽고 있는 나도 직업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높아 보이는 대학교수라는 직업도 이면에는 정직원과 계약직 직원의 날 선 경계선이 있는데, 다른 직장들은 얼마나 불평등이 심할까..?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벌이가 좋지 않자 작가는 대리운전을 하게 된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우리 현실 속에서 '대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다시금 알게 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대리다.

아내의 대리, 자식의 대리, 남의 차를 운전해 주는 대리기사 등 수많은 대리인생을 살며 나 자신으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적 있는가?

 

  오롯이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 살아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리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누가 강요한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대리기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다. 손님이 '야', '아저씨', '저기'라고 불러도 대답을 해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말해주고, 고생하셨다면서 가족분과 나눠 드시라고 빵을 주는, '기사님 감사합니다.'라고 행동과 말의 품격이 다른 따듯한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대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요소들을 알려준다.

 

  아내분과 함께 일하면서 그동안 아내에게 대리인생을 강요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가족이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가 가족임을 알려주었다.

 

  대리운전 하고 있습니다.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나? 아니라면 왜일까.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편견? 창피함?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직업에서라도 배울 점이 있고 그 안에서 처절하게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이 안에서 나만의 주체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마음이 힘들거나 지친 분들이 보면 위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 책 김민섭 작가님의 '대리사회'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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